[미리보는 남북회담] 수석대표 모두 발언부터… 신경전 치열

입력 2018-01-07 18:41 수정 2018-01-07 23:50
남북 고위급회담을 이틀 앞둔 7일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장병들이 다리 위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점검하고 있다.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으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파주=서영희 기자


사진 촬영하며 주도권 경쟁
靑, CCTV로 상황 지켜 봐
조 대표에 재량권 부여할 듯

남북 회담은 ‘각본 없는 드라마’로 통한다. 회담 전 실무진 선에서 주요 합의 내용이 확정되는 외교 교섭과 달리 남북 회담은 대표단 각자의 개인기와 내공에 성패가 달려 있다. 양측 수석대표의 모두발언이 끝나면 그때부터 정면승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담 시작 전부터 남북 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일이 많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며 촬영할 때 북측 수석대표가 우리 측 대표의 손을 세게 끌어당기기도 한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우리 측도 북측 의도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힘으로 버틴다. 회담 시작부터 ‘완력 대결’이 벌어지는 셈이다.

일반에 공개되는 남북 회담은 수석대표 모두발언까지다. 이 자리에서 각자 회담에 임하는 자세와 주요 관심사 등을 거론한다. 북측이 돌발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5·24 조치 등 민감한 현안을 꺼내며 우리 측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측도 북핵 문제와 천안함 폭침을 거론하며 정면으로 맞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모두 남북관계 개선에 공감대가 있어 이번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7일 “북측도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내용 면에서는 충실하게 걸림돌 없이 잘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남북 회담을 주도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직접 나서지 않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CCTV로 회담 상황을 지켜보는 수준이다. 박근혜정부에선 청와대 지시로 남북 회담 도중 통일부 소속 수석대표가 전격 경질된 사례도 있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