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시행 이후 13년째… 다시 수술대에
3주택 이상 과표 구간 신설
대폭 과세하는 방안 거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증세 효과 볼 수도 있어
정부, 조세저항 무릅쓰고
강력한 개혁 나설지 관심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해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 2005년 1월 5일 공포·시행된 종부세법의 1장 1조다. 제도를 시행한 지 13년이 지나면서 정부의 ‘수술’이 시작됐다. 유명무실해진 법의 취지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표적은 명확하다. 서울 강남 등 집값 급등지역의 3주택 이상 보유자다. 하지만 정부가 2006년 발표한 ‘8·31 부동산대책’처럼 정면돌파를 시도할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같은 우회로를 선택할지 미지수다.
‘핀셋의 핀셋 과세’ 가능할까
지난해 말 정부는 보유세 개편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이달 안에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상반기 내 보유세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최영록 세제실장은 7일 “주택임대소득이나 다른 소득 간 형평문제, 거래세 문제 등을 종합 고려해 보유세 개편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 개편은 모든 주택소유자가 대상이 되는 재산세보다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만 해당사항이 있는 종부세를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종부세는 공시가격 합산 6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나 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에게 부과된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분 종부세를 낸 개인은 26만8791명이다. 이들이 납부한 세금은 2324억원이다. 10년 전인 2007년 과세금액(1조2403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2006년 정부는 종부세 과세단위를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과세기준 금액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노무현정부에서 만들어지고 강화됐던 종부세는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에 ‘있으나 마나’ 한 세금으로 전락했다. 세율은 반 토막 났고, 가구별 합산이라는 과세단위는 위헌판결을 받아 인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이번 보유세 개편에서 조준하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는 초(超)다주택자다. 그렇다고 종부세 대상을 넓히자는 생각은 아니다. 주택분 종부세를 내는 개인은 26만명(2016년 기준) 수준인 반면 3주택 이상 보유자는 40만명이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도 14만명은 공시지가 기준 주택가치가 6억원을 넘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종부세 과세 대상인 26만명 가운데 부동산 폭등지역의 투기세력을 겨냥하고 있다. 종부세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보유자 상위 2%에 대한 ‘핀셋 과세’인데, 이번에 보유세를 개편해 ‘핀셋의 핀셋’에 과세를 하겠다는 의중이 강하게 엿보인다.
수십 개의 길, 정부 선택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세율 조정이라는 대수술을 하거나, 세법을 건드리지 않고 시행령을 개정하는 미세조정이다.
미세조정 중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정부가 가장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실거래가 20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에 대한 종부세 과세표준금액은 9억6000만원이다. 실거래가의 60%를 반영하는 공시지가(12억원)에서 할인율 개념인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인상하면 과세표준금액은 공시지가와 같아진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세 부담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실거래가의 60% 수준인 공시지가 자체를 올리는 방식도 있다. 이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공시지가가 재산세 등 다른 세목에도 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조세저항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미세조정만으로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는 종부세법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3주택 이상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표구간을 신설해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행 보유세 틀을 깨고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한 새로운 보유세제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현행 종부세의 인별 합산 방식으로는 3주택자를 대상으로 세율을 높여도 남편이 2채, 아내가 2채를 갖고 있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여러 방법론과 관련해 “키는 정부가 아닌 청와대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강력한 보유세 개혁을 이뤄낼지, 미세조정을 통한 단계적 강화를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권력 핵심층의 의지에 달렸다는 해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대수술이냐 응급조치냐… 종부세, 정부의 결단은?
입력 2018-01-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