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뚝심’ vs 이선권 ‘다혈질’

입력 2018-01-07 18:49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양측 수석대표 스타일

趙, 남북대화 경험 많은 협상가
李, 군출신으로 저돌적 강경파

대표단에 체육 인사 포함된 만큼
일단 평창 참가 문제 집중할 듯
관계 개선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

9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은 양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간 내공 대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정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남북 회담을 맡은 차분한 협상가라면, 군 출신의 이 위원장은 저돌적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남북 협상 경험 면에선 조 장관이 우세하다. 조 장관은 1997년 남북적십자 대표 접촉에서 대표를 맡은 이래 대북 식량지원,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활성화, 남북 경제협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측과 협상을 벌였다. 그만큼 북측의 입장과 이를 깰 논리를 꿰뚫고 있다.

반면 이 위원장은 2006년 이후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주로 참석했다. 그는 2011년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때 천안함 폭침 얘기가 나오자 “우리와 무관하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을 만큼 다혈질이다. 이 위원장은 김정은 체제 실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오른팔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2016년 6월 국가기구로 승격된 조평통의 수장을 맡았다. 앞으로 남북 관계는 ‘통일부-통일전선부’ 라인이 아닌 ‘통일부·조평통 라인’을 통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대표단 면면을 보면 회담 의제와 향후 역할 분담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카운터파트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은 대표적인 회담 일꾼이다. 최근 남북 회담인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때 대표로 나와 당시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상대했다. 전 부위원장의 부친은 대남 업무에 잔뼈가 굵은 전인철 전 외교부 부부장이다.

황충성 조평통 부장은 개성공단 관련 실무 회담에 여러 차례 나섰던 인사다. 북한이 경제협력 관련 논의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마주앉는 원길우 체육성 부상은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남북 대표단에 체육계 인사가 포함된 만큼 양측은 일단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 대표단의 입국 경로와 개·폐회식 공동 입장, 남북 단일팀 구성, 신변 안전 보장 등 실무 논의 사항만 해도 적지 않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북측 대표단의 체재비 지원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올림픽 참가 문제가 순조롭게 정리되면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남북 모두 공개적으로 관계 개선 논의 의향이 있음을 밝힌 상태다. 남측은 지난해 7월 제의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먼저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7일 “이번 회담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되 남북관계 개선과 안보 우려 사안에 대해 서로 입장을 밝히고 경청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후속 회담 날짜를 잡으면 의미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