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제정신인가
참모들도 정신건강 걱정
때론 2살 때론 11살 수준
“벌거숭이 임금님 효과 기대”
트럼프 반박도 이상
“난 정말 똑똑하고
매우 안정된 천재”
책 나오자마자 아마존 1위
유럽·테러조직까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뒷얘기를 폭로한 화제작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 내부’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판매 개시와 함께 아마존 도서 판매 순위 1위를 단숨에 차지했고, 오프라인에서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대도시 유명 서점에 입고되자마자 10여분 만에 모조리 팔려나갔다.
언론인 출신 저자 마이클 울프(64)는 책에서 대선 캠프 안팎을 인터뷰해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춘다. 특히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필두로 측근들의 입을 통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만한 정신건강을 갖췄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 내용과 논란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 인생에 걸쳐 두 가지 큰 자산은 정신적 안정과 정말 똑똑하다는 것”이라며 “성공한 사업가에서 최고의 TV스타, 미국 대통령까지 된 것은 똑똑한 수준이 아니라 매우 안정된 천재라는 걸 증명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날에도 “새로 나올 책은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짜 책 저자는 백악관에 들어오려 많이 시도했지만 막혀서 접근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울프는 앞서 NBC·BBC방송 등 영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책의 흥미로운 효과 중 하나는 매우 뚜렷한 ‘벌거벗은 임금님’ 효과”라고 밝혔다. 자신의 폭로가 결국 자격미달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자각과 임기 종료로 이어질 것이란 취지다.
그는 “집필 기간 목격한 진실은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의 상상보다 더 이상했으며, 결국 그들은 트럼프에 대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이 ‘어린아이 같다’는 게 모든 고위 참모들의 공통적인 묘사”라며 “원하는 것이 얼마만큼 충족됐느냐에 따라 어떨 때는 2살, 어떨 때는 6살, 어떨 때는 11살 같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짜 책 주장에 대해서는 내용을 입증할 녹음과 기록이 있다고 일축했다.
양측의 설전이 전해지면서 ‘화염과 분노’에 대한 관심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이상설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매체는 ‘트럼프는 여전히 제정신인가’ ‘트럼프의 정신건강’ 등 자극적 헤드라인으로 책 내용을 집중 조명했다. 극단주의 감시단체 ‘시테(SITE)’는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와 같은 국제 테러조직들조차 “트럼프의 비밀을 드러내는 책”이라며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화염과 분노’ 다운로드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자 울프는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USA투데이, 배니티 페어 등에 기고해온 독립 저널리스트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을 비롯해 거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써 왔다.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 취재로 잡지계의 퓰리처상인 내셔널 매거진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다만 일부 매체는 울프가 과거 취재 내용을 부풀린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화염과 분노’ 열풍… “트럼프 제정신인가? 상상보다 더 이상해”
입력 2018-01-07 18:08 수정 2018-01-07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