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발발 시 중국 최고지도부와 군대 등이 대피하는 작은 도시 규모의 지하 벙커가 베이징 인근에 구축돼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이 핵 벙커는 베이징 자금성에 접해 있는 최고지도부 거주지 중난하이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시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시설의 일부다.
최고지도부는 유사시 중난하이에서 30분 거리의 이 벙커로 신속히 대피해 중국 전역에 있는 5대 전구의 군사활동을 감독하고 작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6년 군복 차림으로 이 사령부를 방문하기도 했었다. 당시 중국 CCTV는 방문 소식을 다루면서 일부 장면을 모자이크 상태로 전달했다.
시산 지하에는 깊이 2㎞가 넘는 곳에 석회암 동굴이 있는데, 이곳에 핵 벙커가 구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깊이로는 동유럽 조지아에 있는 세계 최고 깊이의 지하 2.2㎞ 크루베라 동굴과 비슷하다.
벙커는 특정 장소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공간이 ‘동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돼 있다.
게다가 이 벙커는 평균 두께가 1㎞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으로 덮여 있다. 핵 공격에 견디기 위해선 최소 100m 이상의 암석층이 있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또 지하 대수층도 가까이 있어 100만명 이상에게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방사능 낙진에 따른 지하수 오염에 대비해 정교한 정화장치도 설치돼 있다. 핵 공격 때 대기보다는 물과 토양에 방사능 낙진이 더 오래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비한 것이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친다쥔 연구원은 “크루베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석회암 동굴은 지표면에 노출되거나 가깝다”며 “하지만 시산 동굴은 단단한 화강암 아래 묻혀 있는 데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동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냉전 때인 1950년대부터 국토 전역에 많은 핵 벙커를 건설했다. 단단한 암석이 있는 지하에 외부 공급을 받지 않고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 방사성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환기시스템도 갖췄다. 일부 벙커는 비행기와 탱크가 지날 수 있는 지하터널과 정교한 통신시스템,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춘 곳도 있다. 시산의 핵 벙커도 수십년 전에 지어져 최근까지 시설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벙커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베이징 외곽 지하 2㎞에 도시급 핵벙커 있다
입력 2018-01-07 18:12 수정 2018-01-07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