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으로 상장사 꿀꺽… 수백억 떠넘겨

입력 2018-01-07 19:00
자기자본 한 푼 없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해외사채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기업체를 인수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기업사냥꾼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정대정)는 주정설비업체 인수·경영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카지노업체 전 대표 서모(49)씨와 최고재무책임자 이모(46)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제주 S호텔 카지노업체 A사 대표였던 서씨는 A사의 모회사가 부실채권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카지노의 실경영자이자 회계사인 이씨와 함께 무자본 인수·합병(M&A) 수법으로 위기를 넘기기로 했다. 자기자본 없이 다른 회사를 인수한 뒤 이 회사에 240억원의 부실채권을 떠넘기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이들은 2013년 12월 A사 명의로 금융권에서 240억원을 대출받아 코스닥 상장업체인 주정 설비업체 B사를 인수했다. 이어 B사 자금 240억원을 A사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갚았다. 부실채권을 떠안은 B사는 재무상태 악화로 2016년 9월 상장 폐지됐다. 서씨는 자기 회사에도 피해를 끼쳤다. 그는 2015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카지노 내부 금고에 있던 현금 180억원을 빼돌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