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위한 첫 번째 탐색전을 마쳤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원인인 자동차 문제로 거센 공세를 하자 한국이 불합리한 ISDS(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를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앞으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한·미 FTA 1차 개정협상을 개최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에서는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미국 측은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1차 협상은 첫 번째 만남인 만큼 서로의 협상 목록이 무엇인지 탐색전을 벌이면서 수정 의제와 범위를 설정했다. 9시간 가까이 진행된 마라톤협상에서 한국은 미국 측의 거센 수입 개방 요구에 맞서기 위해 ISDS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 측은 자동차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와 비관세 장벽을, 우리 측은 ISDS와 무역구제 등을 관심분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하는 경우 해당 국가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제도다. 정부의 공공정책 기능이 무너지거나 외국 기업이 거액의 배상을 노리고 민사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지난해 10월 ISDS 조항을 근거로 미국인이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처음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서모씨는 자신이 소유한 한국의 부동산이 재개발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접수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ISDS가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또 철강, 세탁기 등을 중심으로 미국이 진행 중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나 반덤핑관세 등 불합리한 무역구제 조치의 문제점도 적극 거론했다.
미국은 예상대로 대한(對韓) 무역수지의 대표적 적자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 관련 이슈를 집중 제기했다. 미국은 자국산 자동차 수출의 걸림돌이라고 보는 우리나라의 안전·환경 기준을 완화하고 미국산 부품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재협상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미국이 자국 자동차 부품을 50% 이상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FTA 이후 미국 자동차 수입이 140% 급증했다며 미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2차 협상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美, 자동차 거센 공세… 韓, ISDS 맞불
입력 2018-01-07 19:33 수정 2018-01-07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