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텔 잡았다… 34년만에 반도체 1위 등극

입력 2018-01-05 19:11
지난해 점유율 14.6% 기록

中업체 생산능력 속속 확충
하반기 부터 가격하락 전망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만이다. 인텔이 1위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25년 만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는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 인텔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가트너의 예비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612억1500만 달러(약 65조원)로 1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인텔은 577억1200만 달러(점유율 13.8%)의 매출을 거둬 삼성전자에 뒤졌다. 3위는 SK하이닉스로 263억900만 달러(점유율 6.3%)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2위였던 삼성전자가 인텔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 가트너는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64%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전체 매출이 22.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앤드루 노우드 가트너 부사장은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매출 증가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했고 반도체 시장의 최대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매출증가율을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2.6% 증가한 반면 시스템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인텔은 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가 주축인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매출이 79.0% 늘어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가트너는 이 순위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우드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리드는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라며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 낸드 플래시를 시작으로 내년엔 D램까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럴 경우 삼성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가트너는 예상했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내년 낸드 플래시 공급이 초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도시바와 삼성전자, 인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같은 주요 업체의 생산 능력 증가가 내년 낸드 플래시 공급 초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중 YMTC는 올 하반기 중국 우한 둥후 첨단기술개발구에서 새 공장을 가동해 상위 업체와 격차를 크게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