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협상 시작
미국의 창과 우리 방패는
車산업 추가개방 ‘핫이슈’
쌀 등 농·축산물도 압박할 듯
우리 정부는 ISD 개선과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완화 요구 가능성
한·미 양국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자동차와 농업 분야에서 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을 위한 공청회도 이날 서울에서 열렸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한국 협상단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제1차 협상을 가졌다. 양측은 1차 협상 이후 3∼4주 간격으로 후속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개정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 추가 개방 요구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비관세 장벽 해소와 자동차·철강의 원산지 기준 강화 등을 강하게 시사해왔다.
산업부도 지난달 18일 국회에 보고한 한·미 FTA 개정협상 추진계획에서 “미국 측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우리 측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한국의 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미국산 자동차 쿼터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도 미국이 추가 개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한·미 FTA의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 개선과 국내 농축산업계가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중 가장 많이 시달릴 부분은 자동차와 차 부품”이라며 “만약 농산물을 건드리면 우리도 미국이 민감해 하는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같은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청회에는 학계·업계·정부 관계자 등 약 160명이 참석했다.
업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처럼 중국의 또 다른 경제적 보복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업체 하나투어의 정일환 중국글로벌사업본부장은 “사드 보복으로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며 “협정을 위반하는 잘못된 관행이 법 규정으로 근절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게임업체인 스마일게이트의 이한범 대외협력실장도 “모바일 게임 수명이 6개월 정도인데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출시 허가를 받는 데만 최소 3∼6개월이 걸린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중국 서비스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게 후속협상의 목표”라고 밝혔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는 후속협상의 경제 효과에 대해 “중국의 대(對)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약 36.34% 추가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발 FDI는 2016년 20억49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8억900만 달러로 전년대비 60.5%나 감소했다. 산업부는 공청회의 목소리를 포함한 그동안 개진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관련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자동차·농업 더 열어라”… 美 거칠게 나올 듯
입력 2018-01-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