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지난달 도미니카공화국 산티아고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산티아고를 홈으로 쓰는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소속으로 윈터리그에 참가한 강정호(사진)를 만날 목적이었다. 하지만 허들 감독은 이내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24경기에서 1할4푼3리에 머문 강정호가 지난해 11월 돌연 방출됐기 때문이다.
5일(한국시간) 미국 언론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에 따르면 허들 감독은 “강정호는 아길라스에서 꽤 많은 기회를 얻었다. 다른 선수라면 그만한 기회를 못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강정호는 비자 재발급이 거부될 것”이라며 “강정호가 피츠버그와의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방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츠버그의 40인 로스터에서 빠져 있는 강정호는 현재 연봉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아길라스의 매니 악타 감독은 “강정호는 적응에 실패했고, 방출 통보에 놀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강정호의 스윙에서는 1년간 투수의 공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게 느껴졌고, 체중도 5㎏이 빠져 힘을 못 썼다고 신문은 전했다. 버스로 긴 거리를 이동하고 직접 작은 식당에 들러 음식을 챙겨먹어야 하는 윈터리그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악타 감독은 해석했다.
신문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와 달리 강정호는 MLB에서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를 끌어내린 건 야구 자체가 아니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술에 취한 채 승용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나 2심까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윈터리그에서도 방출된 그가 MLB에 복귀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지난달 “강정호의 공백을 생각,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중”이라 밝힌 바 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와의 계약이 깨지면 넥센으로 돌아온다. 2015년 넥센을 임의탈퇴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MLB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국내 복귀하더라도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음주운전 이력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였던 점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 원정도박으로 2016년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창용(KIA 타이거즈)의 경우 72경기 출전 정지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갈 곳 못 찾는 강정호… 결국 KBO 유턴?
입력 2018-01-06 05:05 수정 2018-01-06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