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귀희] 휴머니즘의 기본은 나눔

입력 2018-01-05 18:51

새해는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제도도 자원도 아닌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워지는 걸까. 먼저 배우 정우성을 꼽고 싶다. 정우성이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난민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연예인이 국제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보았기에 방송용이라고 치부해 버렸었다. 그런데 정우성은 TV 뉴스에 출연해 왜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우리나라가 전쟁 위험 속에 있는 분단국가로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소신껏 설명했다. 자신이 찾아간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의 역사와 현재 상황 그리고 자신이 만난 난민들의 개인 스토리 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작가가 써준 것을 대사처럼 외워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호소력이 있었다.

정우성을 보면서 은퇴 후 유니세프 명예대사로 죽을 때까지 아프리카에서 헐벗은 어린이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며 영화 속에서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오드리 헵번이 떠올랐다. 헵번은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갖고 있었던 휴머니스트였다.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휴머니즘이다. 우리는 인권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앨프리드 마셜은 인간의 기본권이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한 영국 학자이다. 그는 인간의 기본권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시민권에서 국가 지도자를 시민이 선택하는 참정권으로 발전했고 그 다음 단계는 사회권이라고 했다. 사회에서 차별로 배제당하지 않고 모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우리는 사회권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가진 자, 작은 권력이라도 갖고 있는 사회 지도층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앞으로 사회 고위층이 되는 조건에 나눔 경력이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하며, 대기업 사업에 나눔 사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사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자기 사업을 하고 있어서 기업의 나눔활동을 일반 서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기업 총수는 갑질이나 하고 대기업은 불법자금, 탈세, 배임 등의 사건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그런데 나눔 퍼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kt가 주체가 되어 20여개 기업 노사가 상생의 나눔을 실천하는 UCC(Union Corporate Committee)이다. 노사가 나눔활동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소비자인 국민의 사회권 보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UCC가 2018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을 위해 펼치고 있는 것은 ‘Wheelchair First(휠체어 퍼스트)’라는 문화운동인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애인올림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평창장애인올림픽을 열심히 응원하는 일밖에 없다. 새해는 평창장애인올림픽이 큰 성공을 거두어 장애인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방귀희 장애인예술인협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