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상납한 특수활동비도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에 의한, 두 사람을 위한 돈이었다. 검찰은 관련자 30여명을 조사한 끝에 국정원 특활비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전체적인 정황을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입이 여전히 닫혀 있어 사건의 퍼즐을 완성할 마지막 조각은 찾지 못했다.
검찰이 4일 밝힌 수사 경과를 보면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의 발단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안봉근 당시 비서관에게 지시하고 안 비서관이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지시를 전달하면서 상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2015년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계속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진술도 얻어냈다. 기존 관행에 따라 특활비를 받은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지시해 이뤄진 일임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특활비 사용 내역을 최대한 밝혀내기 위해 애썼다. 사용처가 추후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정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철저히 사적으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자인 최씨는 특활비를 받고 쓰는 과정에서도 핵심 주역이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10억원에 육박하는 ‘용돈’을 주는 데도 관여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최씨가 자필로 이 세 사람에게 매년 얼마씩 지급했는지 적은 메모가 발견됐는데, 그 액수가 이들이 받은 돈과 정확히 일치했다.
특활비를 받아쓴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조사 거부는 마지막까지 수사의 한계로 작용했다. 검찰은 최씨가 더블루케이 등 개인 법인을 설립하는 데 특활비 상당 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만 구체적으로 밝혀내진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 관련 법인들이 대부분 현금으로 설립된 점 등을 볼 때 (특활비와) 관련 있다고 본다. 다만 현금이 오간 상황에서 두 사람이 조사를 거부하는 현실적 장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18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추가 기소된 혐의까지 모두 합해 선고할 경우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검찰은 이·안 전 비서관의 재판부에 병합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문고리 3인방’ 용돈으로… 최순실, 특활비 10억 활용
입력 2018-01-0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