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햇볕정책 건드리면 수도권은 전멸” 바른정당 “현실 적용에서 실패… 말하자면 過”

입력 2018-01-04 22:00

강령·정책 차이 조율 포럼
양당 입장차 극명하게 노출

통합 반대파“편의대로 해석
폄훼하며 꼼수 부린다” 비판


통합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햇볕정책 평가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으로 구성된 국민통합포럼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당의 강령·정책을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강령·정책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 지침서로, 토론회는 ‘양당의 정체성이 다르다’는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개최됐다.

시작은 ‘양당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다’였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양당 강령·정책을 읽어보면 사실 거의 같다”며 “다를 것 같은 외교·안보 정책도 거의 같은데 우리 스스로 (다르다는) 선입견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논의하면서 양당의 입장차가 불거졌다. 바른정당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의 최홍재 부소장은 발제에서 “선한 의도였지만 이미 실패했고, 굳이 말하자면 과(過)”라며 햇볕정책을 낮게 평가했다. 여기에 바른정당의 한 원외위원장이 “햇볕정책은 이론은 뛰어나지만 현실 적용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국민의당 참석자들이 반발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햇볕정책이 제대로 이어졌으면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안됐을 텐데 우리 정부가 일관성 없이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햇볕정책을 건드리면 수도권은 전멸한다”며 “햇볕정책이 우리 강령·정책에서 빠지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당의 의견차가 공개 토론회에서 노출되자, 이 의원은 의원들의 발언을 손으로 막으며 “다른 분들이 다른 얘기 좀 해달라”며 급히 토론 주제를 바꿨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통합추진협의체 비공개 회동 뒤에도 “(햇볕정책의 상징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바른정당 강령·정책에도 등장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통합 반대파인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햇볕정책을 편의대로 해석·폄훼하며 바른정당과 꼼수 통합의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연민의 정마저 든다”며 비판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