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제의에 입장 안 밝혀
‘9일 고위급 회담’ 성사 유동적
康외교 만난 브룩스 사령관
“경각심 늦추면 안돼” 경고
남북은 4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로 두 차례 접촉했지만 남북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제의한 ‘9일 고위급 회담’에 대해 북측이 입장을 밝히지 않아 회담 성사 여부와 시기, 장소, 의제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북측은 오후 4시30분 업무 마감 전화를 걸어와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는 모두 열어놓은 상황”이라며 “북측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될 경우 의제는 ‘평창+α’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와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평화 환경 마련을 직접 언급했다. 정부 역시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면서 “평창 문제를 중심으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 회담 형식을 수용하되 회담 시기와 장소는 수정 제의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 남측이 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먼저 제안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북한 병사가 판문점을 통해 귀순한 사례도 있어 북한 입장에선 회담 장소에 대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월 초순까지는 고위급 인사들의 국외 이동을 금지해온 관행을 고려하면 회담 날짜로 10∼11일을 제안해올 가능성이 있다.
양 교수는 “이번 회담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되 안보 우려 사안에 대해 서로 입장을 밝히고 경청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3일 발표문에서 논의 대상을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로 제한해 남북 체육회담 형식을 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중국과 본격적인 조율을 시작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오후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초청 강연에서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5일 서울에서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열어 북한의 신년사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남북회담 의제 ‘평창+α’될 듯
입력 2018-01-04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