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통화 재개 이틀째… 탐색전으로 업무 마감
시차 탓 접촉 개시시간 엇갈려
구체적 회담 관련 언급 없어
우리측, 당장은 답변 재촉 안해
정부, 통일부 등 관계부처
각자 따로 준비작업 진행
판문점 연락관 채널 재개통 이틀째인 4일, 남북은 상대 측 반응을 살피는 탐색전을 벌였다. 북한은 판문점 채널 복원과 남북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회담의 실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 측도 당장은 답변을 재촉하지 않고 북측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북 간에 시차가 있는 탓에 조율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날 남북 간 첫 통화는 오전 9시30분에 이뤄졌다. 우리 측 연락관이 오전 9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북측은 받지 않다가 30분 뒤 전화를 걸어왔다. 북한이 고의적으로 30분 동안 시간을 끌며 애를 태운 모양새지만 남북 간 시차 때문에 생긴 해프닝으로 보인다. 북측 연락관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시간에 우리 측이 전화를 걸었다는 의미다.
남북 양측 연락관은 매일 오전 9시에 개시통화, 오후 4시에 마감통화를 해왔다. 이 시간 사이에 각자 용건이 있으면 전화를 걸어 통보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북한이 2015년 8월부터 서울시간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적용하면서 시차가 생겼다. 이때부터 연락관 채널이 전면 차단되는 2016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누가 통화 주도권을 쥐느냐를 두고 남북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동안 홀숫날에는 남측이, 짝숫날에 북측이 먼저 거는 식으로 규칙을 정했으나 지금 이런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으로는 오전 9시30분에 개시통화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며 “개시통화는 북측, 마감통화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과거에는 남북 간에 신경전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업무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편리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에서도 구체적인 회담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측이 “알려줄 내용이 있느냐”고 묻자 북측은 “없다.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만 답했다. 오후 4시 마감통화에서도 우리 측 문의에 북측은 역시 “알려줄 것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만 답했다. 북측은 30분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회담 관련 언급 없이 “업무를 마감하자”고만 말했다.
우리 정부는 내부적으로 회담 준비를 시작했다. 회담 일자와 격,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통일부 주도 하에 청와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남북회담 전략기획단’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제는 ‘평창+α’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와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평화 환경 마련을 직접 언급했다. 정부 역시 회담을 제의하면서 “평창 문제를 중심으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되 안보 우려 사안에 대해 서로 입장을 밝히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은 권지혜 기자 jse130801@kmib.co.kr
南 “알려줄 게 있느냐” 北 “있으면 통보하겠다”
입력 2018-01-04 19:40 수정 2018-01-04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