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를 사보임하고 행정안전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행안위 소속이던 같은 당 백재현 의원이 김 의원을 대신해 산자중기위로 이동했다. 두 의원의 자리바꿈은 국회 휴지기에 조용히 이뤄졌다.
게임업계 출신 1호 정치인인 김 의원은 2010년 벤처기업 웹젠을 인수해 성공적인 게임 회사로 성장시켰다. 웹젠의 대주주(지분율 26.72%·3900억원 상당)이기도 한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벤처기업 CEO 출신인 김 의원은 당내에서 산자중기위 활동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본인의 전문성과 관련이 적은 행안위 활동을 하게 됐다. 주식백지신탁 제도 때문이다. 2005년 도입된 이 제도는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가 직무상 얻은 정보로 주식거래 등을 통해 부당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다. ‘정보가 곧 돈’인 주식시장을 감안하면 당시 획기적인 개혁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구체적으로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심사해 고위 공직자의 주식 보유가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 달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신탁해야 한다. 주식을 수탁받은 기관은 60일 이내에 처분하거나 국공채 등 다른 금융자산으로 바꿔 운용해야 한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초반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배정돼 주식백지신탁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산업위가 산자중기위로 개편됐고,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산자중기위 소관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존 금융위원회 소관이던 기술보증기금 업무를 맡게 되면서 김 의원의 직무 연관성 논란이 새롭게 불거진 것이다.
김 의원은 상임위 개편 이후 주식 관련 심사를 청구했고,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상임위 업무가 확대 개편돼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산자중기위에 남을 경우 주식을 처분해 대주주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 김 의원은 상임위 변경 절차를 밟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4일 “벤처기업에서 활동했던 김 의원이 현 상임위에 남아 있었다면 관련 업계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문재인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도 주식백지신탁 제도로 애를 먹었다. 당초 성공한 벤처기업가를 장관에 임명하려는 기류가 강했지만 많은 후보자들이 주식 매각으로 인한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장관직을 고사했다. 결국 장관 자리는 정치인에게 돌아갔다.
본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주식백지신탁 제도가 성공한 민간인 인재들의 공직사회 진출을 막아 고위 공직자 인재풀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식 강제 처분 조항 등 일부 규정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직자의 주식 보유는 인정하되 재직 중 주식을 통해 얻은 이익은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 도입 등 대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노용택 신재희 기자 nyt@kmib.co.kr
[단독] 김병관 의원, 상임위를 조용히 옮긴 까닭은?
입력 2018-01-04 19:31 수정 2018-01-05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