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유족들 “소방대 교신 18분 통째 빠져… 골든타임 놓쳤다”

입력 2018-01-04 19:23 수정 2018-01-04 22:19

소방대 무선교신 녹취록 공개

유족들, 모든 내용 공개 촉구
조사단에 녹취록 보전 신청

2층 여성사우나실 구조 요청
상황실·대원 정보 공유 안돼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당시 가장 긴박했던 시간대의 무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소위 ‘골든타임’을 놓친 소방당국의 구조 체계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대책본부는 4일 지난달 21일 화재 발생 당시 소방대의 무선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녹취록에는 오후 4시2분부터 20분까지 18분간의 교신 내용이 없었다. 무선 교신 음성 파일을 소방공무원이 듣고 작성한 이 녹취록은 전파 간섭이나 잡음이 심해 청취가 어려운 부분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족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신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화재 당일 18분간의 교신 내용이 빠져 있었다”며 “가장 긴박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이런저런 의혹만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당초 무선교신 녹취는 없다고 주장했다가 뒤늦게 공개한 점, 그리고 녹취에 골든타임 당시 내용만 빠진 것은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한 술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모든 내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취록에 교신 내용이 빠져 있는 시간대는 오후 4시 현장에 지휘차가 도착한 직후로 초기 소방 활동이 퍽 중요했던 시간이다. 유족들은 미공개 사유를 따지며 소방합동조사단에 무전 녹취록 보전 신청을 했다.

유족들은 이날 119 신고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오후 3시53분 최초 화재신고가 접수됐고, 6분 후에는 2층 여성사우나에 있던 이용객이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자는 “빨리, 빨리, 구해줘”라고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119근무자는 “대피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2층 여성사우나에서 구조 요청이 들어오자 119근무자는 무전으로 현장 구조대에 2층으로 진입하도록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무전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이 신고로 알게 된 현장 정보를 구조에 나선 소방대원들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실제 4시20분 직후 교신 내용에도 2층 여성사우나에 대한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현장 구조대가 건물 안으로 진입한 것은 오후 4시38분쯤이었다.

충북지방청 수사본부와 소방합동조사단 등은 화재 참사와 초기 대응에 대한 의혹이 커짐에 따라 6일 유족들에게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