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허인(사진) 행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허 행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이 중심이 되는 은행’을 강조했다.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보여줬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여의도영업부로 달려가 고객을 만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이어 경기도 안산 공단,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 여의도 희망금융플라자 등 영업 현장을 발로 뛰었다. 이날 허 행장이 소화한 일정은 취임식을 포함해 10개나 됐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허 행장의 업무 스타일은 ‘명불허전(命不許前)’이라고 불린다. 명령만 내리지 않고 허 행장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이다. 본래 한자성어인 명불허전(名不虛傳·이름이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과는 글자도 의미도 다르다.
허 행장은 최근 경영진 간담회에서 ‘더치 리치(dutch reach)’ 사례를 얘기하며 ‘명불허전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더치 리치는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고안한 자동차 개문사고 방지책이다. 차에서 내리려고 차문을 열 때 문에 가까운 손이 아닌 반대쪽 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면 몸을 돌리게 돼 뒤에서 오는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없는지 잘 살필 수 있다. 더치 리치처럼 말보다 행동을 중심에 두자는 의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4일 “명불허전 리더십을 통해 솔선수범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허인 KB국민은행장의 ‘命不許前’
입력 2018-01-04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