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발표된 서울시와 각 자치구들의 신년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저출산’이다. 출산과 보육이 복지정책을 넘어 시정과 구정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년사에서 서울시가 올해 주력할 세 가지 주제를 밝히면서 맨 앞에 ‘사랑에 투자하는 도시, 서울’을 내세웠다. 박 시장은 “청년세대에게 출산은 곧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일이 됐다”면서 “출산·보육 공공 책임제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해는 중심축을 보육에서 청년세대의 비혼 문제로 이동한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3일 “출산율이 낮은 것은 결혼한 부부들이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결혼 자체를 안 하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서울에서 가임여성의 유배우 비율(결혼한 비율)이 매우 낮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사람,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엄 실장은 이어 “서울시는 그동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지만 그 정도로는 저출산을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올해는 보다 복합적인 대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서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를 따져보면 그 중심에 주거, 일자리, 보육 문제가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게 저출산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달 말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신혼부부에 대한 공공주택 제공 등 청년세대들을 위한 주거와 일자리 대책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서초구는 새해 ‘밝은미래국’을 신설했다. 밝은미래국에서는 출생과 보육은 물론 아동, 청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를 지원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국 단위 조직이 자치구에 생긴 것은 처음이다.
서초구는 오는 22일 프랑스 파리시의 모자보건센터(PMI)를 벤치마킹한 ‘서초모자보건지소’를 개소한다. 파리에는 엄마와 아기를 위한 특화 보건소인 PMI가 60개 넘게 운영되고 있다.
서초동 꽃마을지구에 문을 여는 서초모자보건지소는 임산부 산전·산후 진료, 태아 기형아·초음파 검사, 영유아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등 의료 서비스와 초보 부모를 위한 출산준비교실, 모유수유클리닉, 영유아 이유식 상담 등 육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사와 간호사, 운동처방사 등 15명의 전문인력이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강남구는 올해 아동수당 지원비 88억원을 신규 편성했고, 중구는 아이를 낳는 가정에 주는 출산양육지원금을 2배 이상 확대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서울시·자치구 올해 키워드는 ‘저출산 극복’
입력 2018-01-0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