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외교안보·경제, 지금같이 위중한 때 없었다”

입력 2018-01-03 18:06 수정 2018-01-03 21:32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이 3일 신년 인사차 서울 강남구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洪 “정부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
MB “그것도 능력 아닌가”
개헌 문제 등 ‘강한 野’ 역할 주문

JP “文정부 너무 좌편향 운영”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 “어렵다, 어렵다 해도 외교안보와 경제가 지금같이 위중한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이같이 말한 뒤 “야당이 강력하게 정부·여당에 균형을 잡아줘야 정부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에게 ‘강한 야당’을 주문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여권의 적폐청산과 관련해 “댓글이니, 다스가 누구 것이니 이런 식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주기 수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홍 대표는 또 “(지금 정부가)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며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거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쇼는 결국은 그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것도 능력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양춘방래’(陽春方來·따뜻한 봄이 바야흐로 온다)라는 글귀가 적힌 동양란을 선물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헌법 개정 권고안 초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시장 가치는 국가 정체성과도 관련 있어 매우 중요한데 그 정체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며 “야당이 개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회동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UAE 원전 게이트 사건을 적반하장으로 우리 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뻔뻔스럽다. 자신 있으면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보자”고 여권에 제안했다.

홍 대표는 앞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도 예방했다. 김 전 총리는 홍 대표에게 “(문재인정부가) 나라를 전교조와 민노총을 중심으로 해서 너무 좌편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