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올해도 등록금 인상 ‘눈치작전’… 교육부 “어림없다”

입력 2018-01-04 05:00

대학들 ‘여론 뭇매’ 우려 주저
다른 대학 움직임 보고 결정
대부분 동결하거나 내릴 듯

“국가장학금Ⅱ 지원 받으려면
등록금 동결·인하해야”

새 학기 대학 등록금을 둘러싸고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대학들은 만성적 재정난이 고등교육발전을 저해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논리로 등록금 인상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학비 부담을 줄이라는 사회적 압력과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책에 눌려 7년 동안 사실상 동결해 왔다.

올해도 대학들은 다른 대학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라는 ‘고양이 방울’을 다른 학교가 먼저 달아주길 기다리고 있지만 결국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대학별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이미 가동된 대학도 있고 준비 중인 곳도 있다. 올해 대학들은 전년 대비 1.8% 이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등록금 인상률은 법정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1.5를 곱해서 산출한다. 올해는 올릴 수 있는 폭이 지난해 1.5%보다 0.3% 포인트 넓어졌다.

그러나 대학엔 그림의 떡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 학교가 등록금 인상 논의를 먼저 공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다른 대학들 움직임을 보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과 각종 재정지원 때문이다. 교육부는 “1.8% 인상은 법정 한도일 뿐이고,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으려면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야 한다”며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에도 등록금 인상 여부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가장학금Ⅱ 유형은 대학의 학비 경감 노력에 따라 국가가 학생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대학이 등록금을 올려 학생이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받지 못하면 학내 갈등은 불가피해진다.

다른 대학들의 눈치를 살피며 아예 인상을 포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다음 주 중으로 등록금심의위가 시작되는데 사회적 정서나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면 등록금 인상은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화여대는 2015년 등록금을 2.4% 올리자는 논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대는 결국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다른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주저하게 된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이 올라가면 거액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장학금의 효과가 떨어져 (등록금 인상을 두고 보기) 어렵다”며 대부분 대학이 동결 내지 인하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