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채널’ 다시 열리다

입력 2018-01-03 18:35 수정 2018-01-03 23:49
남측 연락관이 3일 오후 3시34분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 있는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며 메모하고 있다. 통화는 북측이 먼저 연락해 이뤄졌으며, 3시30분부터 50분까지 20분간 진행됐다. 남북은 통신선 이상 유무를 점검했고, 북측은 “상부에 보고하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통일부 제공

김정은, 우리 정부 제안 수용
“관계 개선 좋은 첫걸음”

개성공단 폐쇄 후 23개월 만에
남북 직통전화 두 차례 가동
4일 오전부터 세부 조율 착수

강경화-틸러슨 전화 정보 공유

남북 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이 1년11개월 만에 복원됐다. 남북은 3일 오후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 연락 채널로 통화했다. 통화는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 있는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두 차례 이뤄졌다. 모두 북측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 남북은 특별한 대화 대신 회선 상태 등 기술적인 문제를 우선 점검했다. 남북은 4일 오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 참가와 당국회담 준비 등 세부 조율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오후 1시20분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경기대회 대표단 문제를 포함해 회담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서울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북남 사이에 판문점 연락 통로를 개통하라”고 지시했다고 이 위원장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 측 대표단 파견과 그를 위한 북남 당국 간 회담은 현 상황에서 북남 관계 개선에 의미 있고 좋은 첫걸음”이라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공화국 정부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비롯한 단위에서 남조선 당국과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를 갖고 실무적 대책을 시급히 세우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 관계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는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뤄나가는가 하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신의 신년사에 지지와 환영을 표명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고 이 위원장이 전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히 연계할 것이며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지 23시간 만에 이뤄졌다. 다만 이 위원장은 우리 측이 제안한 고위급 회담 수락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판문점 정상화 관련 정부 입장’에서 “판문점 채널을 통해 남북 당국회담 개최와 관련된 실무적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연락망 복원 의미가 크다”며 “남북 간 상시 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하고, 김 위원장 신년사와 우리 측의 고위급 회담 제안 등 남북 관계 관련 내용을 미국과 공유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