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긴 했지만… 저임금 근로자 고용불안 현실화

입력 2018-01-03 05:01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비원 1명을 해고한다고 최근 밝힌 아파트 단지의 주민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시행 이틀째 현장에 가보니

관리비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아파트, 경비원 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엔
“월급 오히려 30만원 감소”
인상으로 고용 심리 냉각
구인공고도 크게 줄어들어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이 새해부터 적용되면서 임금 인상보다 고용불안이 먼저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는 관리비 인상을 우려해 경비원을 해고했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각종 꼼수로 근무시간이 줄어 급여가 오히려 삭감됐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인상된 최저임금 시행 이틀차인 만큼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7명이던 경비원을 1일부터 6명으로 줄였다. 500가구 규모인 이 단지 경비원들은 지난해까지 월급을 168만원씩 받았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이 적용돼 월급이 6만원 더 올랐다. 입주자 대표들은 관리비 부담을 덜기 위해 경비원을 1명 해고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한 네티즌은 출퇴근 시간과 야간에만 근무하던 아파트 경비원 한 명이 해고됐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관리원 5명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세대 관리비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심 끝에 관리원 1명을 감원하기로 의결했다”고 입주자들에게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글이 이어졌다. 대부분 근로환경이 열악한 이들이었다. 대기업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청원인은 지난달 27일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유급휴일과 포상금이 다 사라지고 근무시간은 조절돼 월급이 오히려 20만∼30만원 정도 줄어든다”고 썼다.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말고 기업들의 꼼수로 인한 근로자들의 서러움도 알아주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도 요청했다.

구인공고도 줄었다. 2일 구인구직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구인공고 수는 2016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지만, 지난달 구인공고는 전년 동기에 비해 0.7% 감소했다. 상반기에는 증가했던 구인공고가 12월에 줄어든 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얼어붙은 고용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고용주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식품공장 사장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최저임금보다 돈을 조금 더 주고 있지만 인원을 더 구하긴 힘들다”며 “월급을 인상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사업자는 월급에 세금에 4대 보험까지 (부담되니) 차라리 직장생활을 하는 게 낫다”고 적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A씨도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취업준비생인 조카를 짬짬이 불러 일을 시키고 있다. A씨의 조카는 “매출은 안 나오고 최저임금도 오르다보니 가족끼리 일하는 영세자영업자들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부작용부터 먼저 현실로 닥친 셈이다.

그러나 시행 이틀 만에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은행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저임금 근로자의 소비가 늘어 기업 매출이 오르고 노동수요가 오히려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기대감을 내비친 아르바이트생들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씨(25·여)는 “지난달까지는 최저시급보다 1000원 정도를 더 받았다”며 “올해는 2018년 인상된 최저시급에서 몇 백원은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해고나 불이익으로 이어졌는지는 이달 말쯤 관련 민원이나 신고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이택현 손재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