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고위급회담 제안… 형식과 전망은
회담 ‘격’ 둘러싼 논란 없애려
구체 지정 않고 ‘고위급’으로
우리 측 이상철·천해성 물망
北은 조평통 전면에 내세워
맹경일·전종수 나올 가능성
정부가 9일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지만 아직 북한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한 만큼 북한이 전향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힌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결렬 이후 2년여 만에 남북 대화가 열리게 된다.
통상적으로 ‘고위급’은 차관급 이상을 뜻하는데, 과거 남북 간 관례로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다. 예전에는 남북이 회담 제안을 주고받을 때 ‘총리급’ ‘장관급’ ‘차관급’ 등 대화의 격을 분명히 규정해 왔다.
이런 모양새를 취한 것은 북한의 역제안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북한 내부 사정에 따라 격과 일자, 장소를 조정해 다시 통보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6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장관급인지 차관급인지를 두고 남북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다 회담이 무산된 사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일 “(회담의 격은) 약간 열어놨다”며 “북측도 나름대로 입장을 밝혀올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표단 구성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측의 역제안 가능성과 관련해 “북측이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와 장소, 형식을 제안해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차관급으로 잡힌다면 우리 측 수석대표는 남북회담 경험이 많은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남북회담 주무 부처인 통일부에 힘을 실어준다는 차원에서 천 차관이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북한은 2016년 국가기구로 승격된 조평통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맹경일과 전종수 등이 조평통 부위원장 자격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관급 회담일 경우 우리 측은 조 장관, 북측은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설 수 있다.
회담이 열린다면 평창올림픽 일정이 촉박한 점을 감안해 구체적인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 선수단의 육로 방문이 성사될지가 관심사다. 우리 측은 북한 선수단이 금강산 육로로 방문하길 바란다는 뜻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대규모 응원단 파견이 결정될 경우 크루즈선을 타고 속초항으로 들어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회담을 제안하면서 “북측과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남북 연락 채널이 완전히 끊긴 상태여서 우리 언론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장관은 지난해 7월에 이어 북측에 판문점 연락관 채널 복원을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에 이뤄진 우리 측의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평화 평창’ 눈앞… 北 선수단 육로 입국하나
입력 2018-01-03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