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가 말하는 올해 최대 격전지… ‘디지털’

입력 2018-01-03 05:05

무술년에 금융권 최고의 격전지로 ‘디지털’이 떠올랐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 업무를 시작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원 집중 발굴’에 초점을 맞춘 신년사를 쏟아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제일 먼저 강조했다. 윤 회장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더욱 고객 친화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고객과 직원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 은행이 경영 방향”이라며 “모바일과 비대면 경쟁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독려했다.

지난해 금융지주 1위 자리를 KB에 내준 신한금융그룹은 ‘절치부심’의 첫 번째 전략으로 ‘연결과 융합’을 내세웠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전화기, 카메라, 인터넷, MP3 플레이어를 하나로 합친 스마트폰이 세상을 새롭게 바꿨다”며 “연결과 융합으로 그룹사 자원과 역량을 모으는 원(One) 신한 전략이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2018년은 디지털 영업의 원년”이라며 혁신을 강조했다. 위 행장은 190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던 거리 풍경을 보여주며 “변화를 읽는 것이 미래 금융을 주도하는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거리에 마차가 가득했던 시절,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고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한 헨리 포드의 후예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위 행장과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은 점심식사 시간에 직원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며 ‘눈맞춤 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올해를 디지털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김 행장은 “디지털 혁신인재 1만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 분야 인력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역시 “디지털 유전자(DNA)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일류 회사로 도약하자”고 했다. 이날 취임한 우리카드 정원재 사장은 디지털 프로세싱 혁신 등 7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하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디지털 기반 새 먹거리 발굴을 강조하는 것은 수익성 정체 흐름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업 전망에서 대출 유가증권 등 이자를 창출하는 자산 자체가 지난해 3.4% 늘었지만, 올해는 2.1% 증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 연구실장은 “가계대출이 정체되고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얼마나 혁신적 기업을 새로 발굴해 내느냐가 수익으로 연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