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면서 10년간 ‘AI’ 4번… 살처분 보상비 2000억 육박

입력 2018-01-03 05:00

철새 도래지에 가금 농가 진입 금지시키는 이유는

AI 주범인 철새와 분리시켜
반복 피해·보상 예산 줄이기

도래지 매년 바뀌는게 문제
올해 포함… 내년엔 빠질 수도

어떻게 선정되든 서해안 집중
가금 농가 지형도 변화 예고

정부가 철새도래지 반경 3㎞ 이내에 가금농가 진입을 막고 기존 농가를 옮기려는 배경에는 ‘반복’과 ‘예산’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철새도래지와 인접한 가금농가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반복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만큼 살처분 보상비로 국가 예산이 들어간다. 가금농가와 철새도래지를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놓기만 해도 피해 규모와 투입 예산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북 김제시 용지면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가금농가 주변에 철새도래지인 저수지 영등제가 있다. 이 지역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고병원성 AI가 네 차례나 발생했다.

56개 가금농가에서 163만 마리를 사육하는 밀집지역이다보니 AI에 따른 피해도 컸다. 한 번 AI가 발생하면 일파만파였다. 살처분 보상금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곳 가금농가에 10년간 지급한 살처분 보상비는 누적기준 1977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철새도래지 주변에 가금농가가 들어서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다. 다만 논란거리가 많다. 우선 농식품부 가축방역심의회에서 지정하는 철새도래지가 수시로 바뀐다는 문제가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농식품부 장관이 매년 ‘AI 발생위험이 높은’ 철새도래지를 지정하도록 규정한다. 올해는 철새 분변 모니터링 지역 60곳을 포함해 115곳이 지정된 상태지만 내년에는 대상 지역이 바뀔 수도 있다.

신규 농장을 준비하거나 이전하려는 가금농가 입장에선 혼선을 부르는 구조다. 때문에 환경부가 지정하는 철새도래지를 기준으로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매년 전국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를 실시한다. 농식품부와 달리 동일 지역이 조사 대상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선은 농식품부 지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든 서해안에 집중 분포된 가금농가의 지형도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철새도래지가 대부분 서해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철새도래지 200곳 가운데 115곳(인천 7곳, 경기 20곳, 충남 28곳, 전북 17곳, 전남 43곳)이 서해안에 위치해 있다.

이미 철새도래지 안에 자리잡은 기존 가금농가를 어떻게 옮길지도 어려운 숙제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가금농가 밀집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가금농가에 이전비의 80%(국고 40%, 지방비 40%)를 예산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배정한 예산은 90억원에 그친다. 이 돈으로는 최대 5곳만 지원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예산은 가금 밀집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철새도래지 인근 지역 가금농가 중 수혜를 받는 곳이 몇 곳이나 될지는 미지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철새도래지 인근 가금농가의 경우 축산현대화사업을 활용해 (이전비용의) 30%를 지원받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