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테이블 마주앉더라도 산 넘어 산
北 주도권 노려 수정 제안 가능성
한·미연합훈련 등 조건 내걸 수도
대북지원 등 결부 가능성 높지 않아
핵폐기 전제 국내 여론 설득 과제
개막까지 촉박 협상력 약화 우려
한·미간 이견 부각 땐 입지 축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표단 파견 용의’ 언급에도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북한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의 엇박자를 차단하고,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 대화에 부정적인 국내 여론도 설득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개막까지 시간이 촉박한 점도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정부는 남북 대화에 앞서 주변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정식 제안하며 “한·미 간 협의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시무식에서 “남북관계가 나가는 페이스(속도)와 우리가 갖고 있는 주요 양자관계,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긴밀히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인 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신년사 자체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 전개 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어긋날 경우 한·미 간 이견이 부각되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가 궁극적으로는 북·미 대화를 위한 지렛대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남북이 어렵사리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에 호응할 것”이라며 “다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정 제안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뿐 아니라 남북 현안 전반을 ‘원 샷’으로 다룰지, 올림픽 실무 논의와 별개로 고위급 채널을 열어 남북 현안을 다룰지 북한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의 선결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의 단골 요구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다시 꺼낼 수도 있다.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한·미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남북 대화에서 ‘훈련 중단’이 의제로 오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합법적 활동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문제 삼고 나오면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이런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총리는 “북한은 핵을 (완성)하겠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해 이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대외 이미지 개선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대북 지원 등 인도적 문제를 동계올림픽 참가와 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 평창 참가까진 난관 산적… 줄다리기 예고
입력 2018-01-02 18:47 수정 2018-01-02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