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입으론 늘 다음세대를 부르짖으면서도 어린이 신앙 양육에 소홀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함께 읽을 만한 어린이 성경이나 기도문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중에 나온 책은 번역서 일색이라 금발에 파란 눈, 뾰족한 코를 가진 주인공의 모습에 한국 어린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김현태(52) 목사와 김은기(46), 이수희(43) 작가 ‘3인방’이 3년 작업 끝에 내놓은 ‘날마다 말씀으로 자라요’(따스한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에 선물 같은 책이다. 세 사람을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함께 만났다.
김 목사는 선교 역사 100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에 어린이를 위한 잠자리 기도문이나 성경책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다 직접 쓰기로 결심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주요 구절을 뽑았다. 이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1년 365일치 기도문을 썼다.
다섯 살 때 처음 동네 교회에 놀러갔다가 주일학교 선생님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홀딱 반해 예수님을 믿게 된 경험이 컸다. 그는 “40년 전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성경의 스토리텔링이 그만큼 중요하고 강력한 것으로, 어려서부터 성경 이야기를 해주면 신앙이 깊이 뿌리 내리고 평생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경의 진리와 핵심을 영성 측면에서 해석하는 강의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이번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 목사는 “성경은 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어벤저스, 스파이더맨, 피자, 햄버거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어휘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대부분 성경 속 유명한 사건 중심으로 구성된 책들과 달리 레위기, 역대상하,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성경 본문을 두루 다뤘다. 마지막 두세 문장은 본문과 관련된 기도로 마무리한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따뜻한 느낌의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김 작가는 “항상 아이들을 주인공이 되도록 그렸다”면서 “같은 또래 아이들의 모습에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화가로 활동하며 ‘수태고지’ 등을 그려왔는데 어느 원로가 해준, ‘달콤한 그림만 그리지 말고,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려보라’던 말이 평생 가슴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는 “모태신앙이고 교회 다니는 엄마지만 신앙이 약한데, 엄마도 함께 은혜 받을 수 있는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우연히 김 목사와 연결돼 책을 기획하게 됐다. 하지만 365개 그림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는 건 쉽지 않았다. 김 목사와 함께 온라인 창작 콘텐츠 플랫폼 ‘그라폴리오’에서 마음에 꼭 맞는 작가를 찾았는데, 그가 바로 이 작가다.
김 작가가 기획과 구성을 하면 이 작가는 일일이 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채색하는 수작업을 도맡았다. 이 작가는 30대에 친정 부모가 부도를 맞으며 경제적 위기에 처했고 당장 살 곳이 없어 두 살, 다섯 살짜리 두 아이와 부모를 모시고 강원도 화천의 기도원에 들어가 8년간 공동체 생활을 했다.
돈이 없어 보일러는 엄두도 못 내고 작은 난로 하나에 의존하며 살 정도로 궁핍했지만, 마음껏 예배드리고 찬양하다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 이 작가는 “당시 그림을 못 그리고 있었는데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성경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기도했다”며 “이번에 두 분한테 연락이 왔을 때 그 기도를 떠올렸고, 망설임 없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도 이 작가와 남편, 자녀들이 함께 고민해서 만들었다.
이 작가는 “평생에 이런 귀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종의 선물처럼 생각하고 작업해 왔다”며 “어린이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책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한국적 정서 담아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기도책
입력 2018-01-0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