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수사 호주 고자질 탓?… 총리 좌불안석

입력 2018-01-02 18:49

호주 최고위 외교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러시아 유착 스캔들’ 수사의 도화선을 댕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호주 정부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맬컴 턴불(사진) 호주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턴불 총리는 1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더 보탤 것이 없다”며 보도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어 “이번 일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진행 중인 러시아 유착 의혹 특별검사 수사가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고문인 조지 파파도풀로스(31)가 2016년 5월 런던에서 영국 주재 호주 최고위 외교관 알렉산더 다우너(66)에게 한 취중 폭로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파파도풀로스는 그 자리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당황스럽게 할 이메일 수천건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우너에게 흘렸다. 다우너는 당초 약관의 참모가 뱉은 실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실제 해킹된 민주당 이메일이 온라인에 유출되기 시작하자 이를 본국에 보고했고, 호주 정부는 다시 이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통보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 정부가 다우너의 첩보로 사건이 비화된 데 대해 좌절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조 호키 주미 호주대사가 직접 미 연방수사국(FBI)에 관련 사안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호주 정부가 껄끄러운 입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하는 턴불 총리가 이번 사안을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