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국민 넛지 아이디어 공모
무작위 실험 통한 정책 결정도
보여주기식 안되게 하려면
공론화·부처 간 협업 필수
소득주도 성장의 밑바탕으로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과거 생각지 못했던 실험적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정책이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회 공론화와 부처 내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넛지(Nudge)’ 정책을 적극 도입·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의 단어로 요즘엔 특정 분야 설계자가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통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체계화한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남자용 소변기 중앙에 파리를 그려넣으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량이 80%나 감소했다는 결과가 이 이론을 설명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예다. 체납고지서 문구를 독촉성이 아닌 ‘주민의 90% 이상이 세금을 납부했다’로 바꿔 정책효과를 높인 사례들도 있다. 정부는 대국민 넛지 아이디어를 공모해 올해 시범사업화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제 정책에 적용할 계획이다.
폴리시랩(Policy-Lab)이란 개념도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 거론됐다. 폴리시랩은 무작위 실험을 통해 신규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지난해 무작위로 선정한 실업자 2000명에게 2년간 월 70만원을 지급하는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방식을 통해서만 신규정책 도입 여부를 결정해 왔다. 예타는 경제적·정책적 분석을 통해 정책 효과가 일정수준을 넘는지 분석하고 있지만 사회정책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에게 기저귀 및 분유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2일 “예타를 위한 설문조사에서 기저귀와 분유가 지원된다면 아이를 더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더라도 실제로 낳지 않을 확률이 높다”면서 “폴리시랩은 무작위 선정된 집단과 기존 집단의 결과를 비교할 수 있어 예타보다 정책효과 예측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혁신의 한 방안으로 부처의 내규·지침 등 그림자 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동거가구에 대한 지원을 혼인가구에 상응하게 지원하는 방안 역시 과거 시도되지 않았던 정책이다.
그러나 실험적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그림자 규제 폐지와 정반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가 행정력으로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예규 등을 만들어서라도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동의를 거치지 않은 동거가구 지원방안 역시 섣불렀다는 비판이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넛지·폴리시랩… 정부, 실험적 경제정책 도입
입력 2018-01-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