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사진) 회장이 올해 경영방침으로 ‘책임경영’을 제시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을 권역별로 묶어 자율적 의사결정을 강화하고 권한에 걸맞은 책임도 지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미래기술 혁신 가속화 및 경쟁 심화로 자동차산업도 급변하고 있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미국 권역을 시작으로 권역별 생산·판매 통합 운영 체제를 갖추고 고객과 시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대차는 미주와 인도 권역, 기아차는 미주 권역을 출범시키고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이 별도로 나눠져 있었는데 주요 지역의 경우 생산과 판매를 총괄하도록 조직을 정비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도 이어간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을 비롯해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커넥티드카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자율주행차를 시연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전 세계에서 총 755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날 공시를 통해 올해 판매 목표를 각각 467만5000대, 287만5000대로 잡았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에서 70만1000대, 해외에서 397만4000대를 팔 계획이다. 기아차는 내수 52만대, 해외 235만5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 판매 목표인 825만대보다는 70만대 정도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끝나지 않은 데다 미국에서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돼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2개 모델의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3개 많은 것으로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등 글로벌 각 지역에서 SUV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준중형 스포티 세단, 준중형 SUV, 엔트리 SUV를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는 한편 유럽 시장에서는 기아차 ‘씨드’,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현대차 ‘이온 후속 모델’ 등의 지역 맞춤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고객·시장 중심 책임경영 박차”
입력 2018-01-02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