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에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과 남북 당국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한 하루 만의 화답이다. 북한 대표단 참가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이 우선 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회담이 열린다면 연락채널 복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가지 남북 현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당국회담 제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김 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후속 방안 마련을 부처에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제안을 새로운 남북 관계 시작의 신호로 해석한 셈이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남북 관계 복원으로 이어지는 돌파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북한 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게 아니다. 남북 당국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핵무장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과거처럼 올림픽 이후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북핵 폐기로 연결되지 않는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은 모래성과 진배없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대북 제재와 압박은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계속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 정세를 감안해 대화의 조건과 속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낙연 총리는 “북한은 핵을 하겠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남북 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평창 참가’ 대가 청구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한·미 군사훈련 및 미군의 전략 자산 순환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회담 과정에서 제재 완화 등 추가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 성과에 매달려 북한의 평창 참가 대가 청구서를 덥석 받아선 안 된다. 북한 대표단의 참가에 목적을 둔 올림픽 외교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사설] 남북대화 단기 성과에 급급해선 안 돼
입력 2018-01-02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