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K리그 실패 윤정환 감독, J리그선 성공… 비결은?

입력 2018-01-03 05:00

한국선 경기외적인 부분 시달려
오사카선 훈련 등 전권 위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축구 스타일 펼쳐

윤정환(45·사진) 감독은 울산 현대 시절 ‘꾀돌이’ 외에도 ‘윤 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윤 할’은 성적과 재미 둘 다 놓친 루이스 판 할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이름에서 유래한 부정적인 별명이다.

윤 감독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5 시즌 7위, 2016 시즌 4위에 그쳤다. 2016년 11월 울산 사령탑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해 1월 일본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를 맡았다.

그는 부임 첫 해에 J리그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난해 11월 4일 르뱅컵(J리그 컵대회)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지난 1일엔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꺾고 일왕배(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 우승마저 차지한 것이다. 오사카 팬들은 윤 감독을 ‘윤 매직’으로 부른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윤 감독은 K리그에서 실패하고, J리그에서 성공한 것일까.

우선 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와 역습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K리그 팀들이 구사하는 전술이어서 울산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J리그 팀들은 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한다. 윤 감독은 너무 자유분방하던 오사카에 부임한 이후 기강을 다잡았다. 그리고 체력과 함께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과 규율을 이식했다. 한국 스타일의 거친 축구는 J리그에서 먹혀들었다.

일부 전문가는 전술 외적인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일 “윤 감독이 울산에서 실패한 이유들 중 하나는 ‘흔들기’였다. 울산에 연고가 없는 윤 감독은 심한 텃세에 시달렸다”며 “윤 감독으로부터 ‘훈련과 경기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엉뚱한 문제로 고민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텃세가 없는 오사카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 오사카는 윤 감독에게 훈련과 경기에 대해 전권을 위임했다. 선수 영입 등은 기술위원회에서 전담했다. 오사카뿐만 아니라 다른 J리그 팀들도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다.

윤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K리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울산에서 겪은 경험은 아픔이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은 “윤 감독은 능력이 출중한 지도자다. K리그로 돌아오면 더 나은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며 “감독의 영역을 보장하지 않고,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K리그의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