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9 막아버린 차량… 이래선 선진국 요원하다

입력 2018-01-02 17:49
2일자 아침 신문 사회면에 크게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이 경포119안전센터 앞마당에 차들을 불법 주차해 놓은 사진이다.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처음 경포 해수욕장으로 나갔던 소방관들이 돌아와 보니 소방 펌프차와 구급차를 진입시킬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소방관들이 일일이 차량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빼는데 꼬박 40분 이상 걸렸다고 한다. 펌프차 1대는 안전센터 안에 있었다는데 만일 화재 사고라도 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불법 주차로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불과 며칠 전 불법 주차 때문에 대형 참사를 겪고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니 한심하고 참담하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함과 자신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빚어낸 우리 시대 슬픈 자화상이다. 119안전센터는 새해 첫날이라 계도하는 것으로 끝냈다는데 차라리 번호판을 공개해 엄벌에 처하라는 요구가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기사 아래에는 “중국 욕하지 마라. 진짜 미개하다. 당신들 개념이나 챙겨라. 이 나라 국민성은 두들겨 패고 벌금을 물어야 그나마 한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멀었다. 저런 아주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것부터 지키지 않으니…. 선진국은 무슨 선진국이냐.” “우리 국민들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부끄럽습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정말 민망하다.

우리 안의 적폐는 이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인재(人災)는 법을 경시하고 물질적 탐욕만 추구해온 결과다.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개발만능주의와 고속성장에 매달려 등한시했던 가치들을 이제라도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다.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원년이다. 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의 대표적인 지표다. 최소한 경제 체격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는 의미다. 이제는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국민의식도 선진국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을 넘는 ‘30-50 클럽’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뿐이다. 여기에 올해 우리나라가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은 덩치만 커졌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으려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부문의 변화와 함께 사회 구성원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적당주의와 온정주의를 버리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그 시작은 나부터여야 한다. 잠시 편하자고 편법이나 위법 행위를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내 안의 잘못된 습관을 하나하나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