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도 마음이…” 일제 강점기 ‘여학생일기’ 81년 만에 공개

입력 2018-01-02 18:28

대구시교육청은 2일 대구교육박물관(오는 6월 개관 예정)에 전시할 일제강점기 ‘여학생일기’(사진)를 먼저 공개했다.

232쪽 분량인 일기장은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북여고)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이 1937년 2월 18일부터 12월 12일까지 쓴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된 일기장은 1936년 ‘대구 양문사’에서 판매된 것(당시 가격 35전)이다.

일기장의 주인공은 1934년 4월 4일 입학해 1938년 3월 14일 졸업(제10기)한 학생으로 일기장을 쓸 당시 나이는 15∼16세로 추정된다. 일기장에는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 등 황국신민화 교육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과 당시 학교생활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일기장은 모두 일본어 경어체로 쓰여 있으며 매일 담임교사에게 제출해 검열을 받았다. 담임교사는 일기를 통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와 언행, 생활을 관찰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학교 차원에서 일본어 상용을 규정하고 강제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일기장은 2007년 서울의 한 헌책방에서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 교수가 구입한 것으로 보존 상태를 고려해 복제품으로 제작·전시할 예정이다.

대구=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