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평창 스케줄… 실무진 접촉 잰걸음

입력 2018-01-01 19:32 수정 2018-01-01 23:41
은색 양복 차림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2018년 신년사 육성 낭독을 마친 뒤 걸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이후 6년 연속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시험대

정부, 北 평창 참가 위한
실무 접촉 시작으로 관계 복원
북핵 해법 도출하겠다는 의지

섣불리 접근하기보다는
당분간 ‘평창 교섭’ 올인 예고

한·미연합훈련 일정 연기도
양국 조만간 입장 발표할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도 급진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북과 남이 마주앉아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며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했던 한반도 운전자론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접촉을 시작으로 전방위적인 남북 접촉을 타진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1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사하자 청와대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참가 의사 표시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한이 동계올림픽 개막이 임박해 참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부적인 준비만 해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올림픽 참가를 비롯해 대화 공세로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북핵 해법을 견인하겠다는 평창 구상도 탄력을 받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끌려나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선제적으로 구체적인 대화 제안을 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대화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남북 관계 반전의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북은 조만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 접촉에 착수할 전망이다. 다음달 9일 동계올림픽 개막식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을 고려하면 실무 접촉은 이달 중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남측에서는 통일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북측에서는 조선올림픽위원회와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별도 채널도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실무 접촉을 조율할 예정”이라며 “남북 소통채널 재개를 비롯해 모든 방식의 접촉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 제안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정 연기 역시 조만간 양국이 입장을 발표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장 발표가 임박했다. 한·미가 좋은 시그널을 이어가는 국면으로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일관된 원칙이 있었다.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의 핵·미사일 해결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신년사에 대한 청와대 ‘환영’ 입장은 미국 정부와 조율을 거친 뒤 발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외교 라인을 통해 긴밀히 의견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분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만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와의 협업 없이 단독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만 매달리다가는 어렵게 생긴 모멘텀을 잃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교섭을 시작으로 점차 북한과의 접촉면을 넓혀가며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선언’에서 제안했던 이산가족 상봉,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 환경이 원활하게 조성될 경우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화 재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