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직거래 기승… 우울증 환자에겐 부작용 우려
‘챔픽스’ 年 수십만명 복용
흡연 충동 억제 효과에도
건보 금연치료 참여자들
우울증·자살충동 등 호소
의사 처방·복용 지시 절실
국가 금연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치료제를 처방받은 흡연자가 지난해 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에 국가 지원까지 더해져 약품에 의존하는 흡연자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복약 지도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불법으로 인터넷상에서 약품을 거래하는 일이 많아 오남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단현상으로 우울증이 동반되거나 본래 우울증을 앓던 흡연자가 금연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년간 흡연해온 직장인 이모(33)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금연치료제 ‘챔픽스’로 담배를 끊었다는 글을 읽고 자세한 내용을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금연 성공 후 남은 챔픽스를 판매한다는 글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
바레니클린이라는 성분으로 구성된 챔픽스는 담배를 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15년부터 국가 금연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챔픽스 약값을 지원해 왔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는 22만여명이 처방 받았고 2016년 35만8000여명, 지난해 40만여명이 처방받았다. 챔픽스는 약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1정당 최대 1800원에 판매되는데 건강보험 적용시 본인 부담금은 360원이다.
하지만 이 약은 지난 10여년간 우울증과 자살충동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는 등 위험성 논란이 일었다. 제조사인 화이자 측에서 2016년 대규모 임상실험을 통해 챔픽스와 정신질환 간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부작용 논란이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금연치료제는 챔픽스가 유일하기 때문에 국가 금연지원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며 “부프로피온 성분의 웰부트린 등도 있지만 우울증치료제를 금연에 응용한 제품이라 챔픽스의 대체재는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두 약품의 6개월 이상 금연 성공률을 비교하면 챔픽스가 26%로 웰부트린(19%)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평소 우울증이 있거나 금단현상을 이겨내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일부 금연치료 환자들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건강보험공단에 상담을 신청했다. 정부가 발간하는 ‘금연치료 참여자용 수첩’에도 챔픽스의 부작용으로 정서적 기분변화나 자살충동 등이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환자가 신경정신적 질환이 있는지, 초기 일주일간 가장 심해지는 금단현상을 우울감 없이 잘 극복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복용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김대진 가톨릭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챔픽스가 심각한 정신질환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지만 원래 우울증을 앓던 사람은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한 뒤 챔픽스를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선 의료기관에서 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처방하는 경우다. 인터넷상에서 불법으로 약이 거래되는 경우는 더 위험하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금연치료에 참여하는 의료진 2만5000여명에게 금연치료제 처방법을 교육했고 앞으로 더 확대할 방침”이라며 “인터넷상의 챔픽스에 대한 정보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담배 꼭 끊어야지만… 금연치료제 남용 주의하세요
입력 2018-01-0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