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창 참가 용의”… 대화 급물살

입력 2018-01-01 19:15 수정 2018-01-01 23:52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등산복 차림으로 북한산 사모바위에 올라 2018년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낭독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제공, 조선중앙TV 캡처

신년사서 파격적 유화 제스처

“논의 위해 시급히 만날 수 있다”
남북 체육회담 등 속도 붙을 듯
군사당국회담 가능성도 시사

靑 “시기·장소 구애 없이 대화 용의”

트럼프 “지켜보겠다” 입장 밝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신년사 육성연설에서 “(평창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올림픽을 계기로 대남 평화 공세에 나서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그는 평창올림픽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등 올해 예정된 주요 남북 행사를 언급하며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 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해 뜻 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음도 시사했다. 그는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는 강경했다. 북·미 대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미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에 있다” “핵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 등 호전적 발언만 쏟아냈다. 핵탄두 및 탄도미사일 대량 생산 방침도 언급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시기, 장소, 형식에 구애됨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 있게 마주앉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의 해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단추’ 위협 발언에 대해 “지켜보겠다(we’ll see)”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조성은 문동성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