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가 배려한다면… 北 피겨·쇼트트랙 출전 유력

입력 2018-01-01 19:18
북한 쇼트트랙의 최은성이 지난해 2월 일본 홋카이도 삿포르 마코마나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1500m 준결승전에서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뉴시스
같은 대회에 출전한 북한의 염대옥-김주식조가 피겨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열연하는 모습. 뉴시스
북한 평창 참가 길은 있나

피겨 염대옥-김주식 組
자력 진출권 확보했는데
참가신청 안해 日로 넘어가
男 쇼트트랙 국제경기 경험
크로스컨트리도 가능성


북한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선다면 어떤 종목에 출전할 수 있을까.

우선 최근 각종 국제대회와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한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가장 유력하다.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받은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염대옥-김주식조는 당초 평창올림픽 자력 진출권까지 확보했었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180.09점의 성적으로 6위에 오르며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북한은 올림픽 참가신청을 기한인 지난해 10월 말까지 ISU에 하지 않아 차순위였던 일본에 출전권이 넘어갔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일 “북한이 올림픽 피겨 페어 부문에 출전하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ISU와 협의해 특별 참가 자격(와일드카드)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남자 쇼트트랙의 경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국제 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어 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과거 국제대회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 크로스컨트리도 참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종목은 북한이 올 시즌 상당수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바람에 점수가 부족,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 역시 IOC가 각 종목 국제단체와 협의해 특별 참가 자격을 줘야 참가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은 없으며 전적으로 IOC의 배려에 출전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표단 파견 등에 관한 북측의 입장 표명을 환영한다. 정부 및 IOC와 협의해 만반의 대책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서 역대 최고, 최대의 겨울축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피력함에 따라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엔 스포츠가 남북 해빙을 선도했다. 1990년 10월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통일축구대회가 열렸고 이듬해 남북 단일팀이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은 팀 명칭은 ‘코리아’, 국기는 한반도기, 국가는 아리랑을 채택하는 파격을 이뤄냈다. 2000년대 초중반은 남북 체육행사의 황금기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은 국제대회 사상 첫 동시 입장을 하며 세계 스포츠계에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보여줬다. 이후 2002 부산아시안게임, 2003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대구유니버시아드, 2004 아테네올림픽, 2005 마카오동아시안게임,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개회식까지 동시 입장은 이어졌다. 대북정책에 강경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남북 동시 입장은 사라졌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 체육 교류가 뜸했던 북한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남북 동시 입장은 없었지만 폐회식에 최룡해 황병서 김양건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방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사례가 된다. 북한은 1988 서울올림픽에는 불참했다.

이상헌 김태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