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자정 대신 앞당겨 일찍 신년예배로 여러차례… 송구영신예배가 달라진다

입력 2018-01-02 00:03
서울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가 1일 오전 11시 30분 신년예배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영락교회 제공

한국교회 안에서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던 송구영신예배(送舊迎新禮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12월 31일 자정에 맞춰 드리던 송구영신예배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미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밤 12시에 맞춰 드리는 송구영신예배에 어린 자녀를 둔 성도나 나이 많은 성도들이 참석하기 어렵고, 송구영신예배에서 자주 행해지는 ‘새해 말씀 뽑기’ 같은 관행이 무속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새로운 형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원래 송구영신예배는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 목사가 드리던 제야예배(watch night service)가 미국을 거쳐 내한 선교사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성득 미국 UCLA 교수는 저서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에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두 선교사가 한국에 도착한 1885년 12월 31일 연합으로 드린 제야기도회에서 송구영신예배의 기원을 찾는다. 당시 선교사들은 예배에서 첫 개종자가 나오길 간절히 기도드렸고, 이듬해에도 함께 철야 제야기도회를 드렸다. 이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한국인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따라 구정 때 기도회를 드린 것이 송구영신예배의 출발점이 됐다.

최근에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을 배려해서 31일 자정 이전에 일찍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늘고 있다. 선한목자교회는 오후 8시와 10시30분 두 차례 예배를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분당 만나교회와 오륜교회 등도 31일 저녁에 두 차례로 시간을 나눠 예배를 드렸다.

송구영신예배 대신 신년예배를 드리는 곳들도 많다. 영락교회는 전통적으로 송구영신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마지막날 제야의 종소리 타종 행사 등과 맞물려 교회 일대가 혼잡하기 때문이다. 2000년 한차례만 송구영신예배를 열었고, 올해에도 1일 두 차례 나눠 신년예배를 드렸다.

영락교회 한 집사는 “교회가 시내에 있어서 12월 31일에 교회에 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어린 자녀와 함께 교회에 오기도 늦은 밤보다 아침이 수월해서 가족들이 함께 차분하게 신년예배를 드리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새문안교회도 비슷해서 올해 송구영신예배를 따로 하는 대신 1일 오전 9시30분, 11시30분 두 차례에 나눠 신년예배를 드렸다. 서울 소망교회도 1일 오전 5시30분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네 차례 나눠 신년예배를 진행했다. 분당우리교회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 대신 1일 저녁 7시에 신년감사예배를 드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1일 오전에 ‘신년축복 열두광주리 새벽기도회’를 시작했다. 새해를 말씀과 기도로 시작하는 행사로, 새해 첫날부터 13일까지 2주간 성도들의 높은 참여 속에 진행되는 신년 행사다.

김명실 영남신대 예배학과 교수는 1일 “송구영신예배는 서구의 예배 전승이 한국교회에 잘 정착된 귀한 예배 유산”이라며 “신년예배와 송구영신예배 어느 것이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으며 교회 사정에 맞춰 예배를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래 장창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