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산적한 현안 국회에 묶여… 절규라도 하고 싶다”

입력 2018-01-01 21:17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집무실에서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솔직히 절규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이 선진국과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속도였는데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관련 입법이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피드라는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 법을 만드는 입법부에서 그대로 와해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대한상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서 박 회장은 원칙과 현실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기업들은 2조 2교대로 안 되고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더 뽑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것은 현실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또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평균하면 4% 정도 되는데 최저임금은 16.4% 올라간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절해 올릴 곳과 올리지 않을 곳을 구분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정말 어렵다”고 강조했다.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겠느냐”며 “규제를 줄였다고 하는데 적용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복합 규제 속에 하나만 살아 있으면 전체가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이 1000건 넘게 발의됐는데 690여건이 규제 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가 많다고 그러는데 보태야 할 규제가 과연 무엇인가. 그럼 진짜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올해 경기 전망과 관련해선 통상마찰, 금리인상, 저출산 고령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고 내다봤다. 박 회장은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고 경제훈풍이 불어오는 것은 대단히 환영하고 좋은 일이지만 경제계 입장에선 굉장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 문제와 노동환경 변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모두 대응하고 준비를 하려면 갈 길이 굉장히 멀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