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파격 대남 메시지 배경
文 대통령 대북 제안 화답 형식
왕래·교류협력 증진 등 구체적
긴장 고조 책임은 우리측에 전가
한·미 관계 균열 내려는 속셈도
‘핵 유지 남북관계 개선’ 재확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내놓은 대남 메시지는 파격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직접 밝혔을 뿐 아니라 남북 접촉과 왕래, 교류협력 증진 등 제안 내용도 과거보다 구체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갈수록 강화되고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도 희박해지자 올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남 평화 공세를 취하고 미국을 배제시켜 한·미동맹 이완을 유도하는 ‘통남봉미(通南封美)’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북과 남 사이 접촉과 내왕(왕래),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해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는 전반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화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 확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등을 촉구해왔다. 이산가족 상봉이 언급되지 않은 점을 제외하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긍정적인 응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직접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렸다. 자신들은 남북관계 개선 용의가 있었는데 우리 측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에 참여하는 등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는 북과 남이 예정된 행사를 성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등 한·미 관계에 균열을 내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핵장비와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핵을 그대로 가진 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대남 제안은 남북관계 주도권을 자신들이 갖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 반대급부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미군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 대북제재 해제, 대규모 경제협력 재개 등 ‘계산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력한 대북 제재의 예봉을 무디게 하고 한·미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전후에는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의 다른 축인 경제개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대북 제재에 대응해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인민 생활의 향상과 개선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비사회주의 현상과 세도, 관료주의 척결을 명분으로 내걸고 주민 통제와 엘리트 숙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제재 강화에 美와 대화 막히자 ‘통남봉미’ 돌파구
입력 2018-01-01 19:11 수정 2018-01-01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