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실전 배치 암시
김정은 지도체제 안정성
대내외에 과시 포석 분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을 겨냥해선 높은 수위의 ‘핵타격’ 위협을 계속했다. 남측을 향한 평화 및 대화 공세와는 상반된 행보다.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발사장치인 ‘핵 단추’를 대외적으로 언급하며 핵무기 실전 배치를 암시한 것은 처음이다. 강력한 대북 제재나 군사적 옵션 등을 계속 거론하는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보지 못한다”며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 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해 6차 핵실험과 15차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미국 전력에 맞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공화국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후 선언했던 ‘국가핵무력 완성’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ICBM에 핵탄두를 탑재, 발사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는 취지다.
특히 김 위원장은 탄도미사일 대량 생산 계획을 소개하며 미국을 겨냥한 위협 수위를 한껏 높였다. 그는 “핵무기 연구 부문과 로켓 공업 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 생산해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들의 핵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항상 유지하도록 해야겠다”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 신년사를 보면 북한은 올해 화성 15형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등의 대량 생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및 종말 유도기술 등을 완성하기 위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핵탄두를 500∼600㎏으로 소형화하는 기술을 완성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기술을 1년 내 완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탄두 소형화, 종말 유도 기술은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력화와 실전배치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완성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당국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현재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면서도 “북한이 대화 공세를 통한 국면 전환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북방한계선(NLL)이나 전방 지역에서 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김정은 “내 책상에 핵단추”… 美 향해선 초강경 핵위협
입력 2018-01-01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