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금융가 빅뱅 오나… 지주 수장 교체·M&A 태풍 예보

입력 2018-01-02 05:04

무술년에 금융권에서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에서 리더십 교체와 인수·합병(M&A) 바람이 강하게 불 조짐이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NH농협금융그룹 김용환 회장도 4월에 임기가 끝난다. ‘1등 은행’ 쟁탈전을 벌이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각각 생명보험, 손해보험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을 선포했다.

김정태 회장은 1일 직원들에게 A4용지 4장 분량의 신년사를 보냈다. 김 회장은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2012년 3년 임기의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뒤 2015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장문의 신년사는 사실상 3연임 도전을 선언하는 ‘출사표’로 읽힌다.

김 회장은 올해에 유독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내적으로 청라통합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통합 3년차 은행의 PMI(사후적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6월 러시아월드컵을 후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옛 외환은행과 합쳐 ‘KEB’라는 머릿글자를 붙인 하나은행은 평창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 공식 파트너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 이사회에 회장후보추천원회(회추위)를 설치하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3연임 성공 여부는 이사회보다 금융 당국 및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이른바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회추위 멤버인 사외이사의 전문·책임·독립성 강화를 잇달아 주문하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가 박근혜정부 시절 ‘최순실·정유라 편의성 대출 및 신용장 발급’을 문제 삼아 김 회장을 공격하는 점은 부담거리다.

NH농협금융도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김용환 회장은 ‘빅 배스’(2016년 조선·해운업 대규모 부실 털기)를 잘 이끌면서 2년에 더해 1년 임기 연장을 보장받았다. 3연임까지 이뤄낼지 미지수다. 2012년 금융과 사업부문 분리를 통해 탄생한 농협금융은 그동안 4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3명이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지난해 리더십 문제를 해결한 금융지주들 앞에는 M&A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강 바람이 있다”고 했다. 잠재 매물로 ING생명, KDB생명 등이 거론된다.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 역시 ‘리딩 뱅크’ 탈환을 위해 “비은행과 글로벌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외치고 있다. 취약 부문으로 꼽히는 증권과 손해보험 쪽을 물색 중이다.

‘채용비리’라는 난제를 뚫고 리더십 교체를 이뤄낸 우리은행 손태승 행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내실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내세웠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산운용사 인수 등 단계적 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