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좋아할 수만 없는 사상 최대 수출 실적

입력 2018-01-01 17:32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5739억 달러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입을 합한 총 무역 규모는 1조520억 달러로 3년 만에 1조 달러대를 회복했고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수출 증가세를 이끈 1등 공신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단일 품목 최초로 연간 수출액이 900억 달러를 넘었다. 1994년 우리나라 총수출보다 많았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 기댄 경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해도 세계 경기 호조세가 예상되지만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 3고 현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지난해 같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5일 워싱턴에서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개정 협상은 자동차·철강 수출에 대형 악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수출증가율을 지난해 실적(15.8%)보다 훨씬 낮은 4% 이상으로 잡은 것도 이러한 요인들 때문이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만 좋을 뿐 조선 등 상당수 업종 경기는 냉골이다. 지난해 3.2% 성장에 이어 올해도 3% 성장세가 이어지고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다지만 국민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실직자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빈 말이 되지 않으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가계 주머니를 채워줘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들이 만든다. 기업들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닦달만 할 것이 아니라 투자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신산업도 규제에 묶여 중국에 처지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정초부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며 “국회에 법 바꿔 달라고 그렇게 찾아갔어도 점점 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절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겠는가. 국회는 박 회장의 고언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