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원로에게 듣는다] “기독교인은 ‘의인 열 명’이 되려는 헌신 필요”

입력 2018-01-02 00:01
김상복 원로목사가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할렐루야교회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한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만 78세의 나이에도 김상복(할렐루야교회 원로) 목사는 열정이 넘쳤다. 한국교회 안에 그처럼 국제적으로 활동한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김 목사는 주요 국제단체들의 수장을 맡으면서 한국교회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신학과 목회 양쪽 면에서 모두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로 할렐루야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에게 무술년(戊戌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교회 안에 복음의 본질이 회복되고 기도가 넘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올 해 크리스천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키워드로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꼽았다. 그는 “남과 북 사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에 너무도 많은 증오와 분노, 두려움과 불안, 불신과 의혹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며 “이 때 하나님을 믿고 있는 교회는 평화와 희망의 불길을 지펴줘야 한다.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보다 나은 다음시대를 위한 꿈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정부에 ‘국민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과감한 정책 방향 전환’을 주문하며 이를 위해 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 정부에 모든 책임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은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성도들의 희망을 갖도록 기치를 들어줘야한다고 했다.

그는 “열 명의 의인만 있었어도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지 않았다.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 남북의 관계가 오래 경색돼 있는 이때에 기독교인들은 모두가 소돔과 고모라의 의인 열 명이 되려는 헌신을 해야 한다”며 “그런 우리를 보시고 하나님께서 이 땅에 자비와 긍휼을 베푸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차세대 리더십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구시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가난과 갈등의 시대를 거쳐 오면서 받은 상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차세대 리더들은 여러 면에 안정적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동시대 목회자들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세대 지도자들은 별것 아닌 명예욕이 너무 많다. 조직을 많이 만들고 수많은 종류의 회장직을 나눠 가지는 것이 그 예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총연합이 출범한 것과 관련해 “기독교의 연합체가 네 개로 늘어났다는 것은 세상 앞에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새해에는 연합기구들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이것이 선행돼야 남북통일도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복음이 왜곡되어 인간의 사상으로 변해갈 때 교회는 반드시 힘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특별히 2014년 10월 국내에서 개최 예정이던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가 무기한 연기된 것을 예로 들며 “국내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신학적 정통성만큼의 삶을 보이지 못한 실망스런 일 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WEA는 “한국의 복음주의 공동체의 내부 분열로 인해 총회를 제때 개최하기 어려워진 점을 주요하게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도 이미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와 관련해 김 목사는 “결혼한 가정들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려고 해야 한다”며 “교회는 자녀출산을 기뻐하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고령화는 피할 길이 없지만 저출산은 극복할 수 있다”며 “태어난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그 인생을 반드시 책임져 주신다”고 말했다.

‘목회세습’ 등 부작용을 야기한다며 교회의 대형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늘고 있는 가운데 김 목사는 교회의 양적성장에 대한 솔직한 견해도 털어놨다. 그는 “대형교회는 스스로 커지겠다고 의도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한 시대의 대형교회 지도자가 사라지면 다음 시대의 여건에 따라 그에 맞는 대형교회 지도자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크기에 지나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고 맡은 바에 충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과 관련해서는 “후임자 문제는 해당 교회의 문제이기에 그 교회에서 가장 적절하게 해결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상복 목사는

193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후 미국 훼이스신학대학, 그레이스신학대학원 등에서 공부했다. 워싱턴신학대학 등에서 19년간 교수로, 볼티모어 벧엘장로교회에서 11년간 목회했다. 90년 한국에 들어와 할렐루야교회를 담임하다 2010년 은퇴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아시아신학연맹(ATA), 아시아복음주의연맹(AEA)의 회장을 역임했다.

성남=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