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본부 브라잇 채플. “주의 청년들이 예수의 꿈을 꾸고 인류 구원의 환상을 보게 하소서….” 한국 CCC 설립자인 고 김준곤 목사가 작사한 ‘그리스도의 계절’이 울려 퍼지자 ‘나사렛 형제들 원단(元旦)금식수련회’에 참석한 216명의 손이 저절로 올라갔다. CCC는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회원들을 ‘나사렛 형제들’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1979년부터 매년 원단금식수련회를 열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한다.
선디스플레이 대표 이선상(60)씨는 “39년 전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새해를 나사렛 형제들 금식기도회로 준비했다”면서 “과거엔 신정연휴가 길어서 10끼를 금식했다”고 회고했다. 법제처에 근무하는 조용호(56)씨도 “12년째 기도회에 참석하는데,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나의 죄성과 과오를 돌아보고 있다”면서 “금식하면서 하나님 앞에 나를 세운다는 면에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캠퍼스 복음화와 민족의 입체적 구원이라는 꿈을 품고 대학 구석구석을 누비던 왕년의 전도자다. 때론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거지 순례전도를, 때로는 영적 어미로 한명의 영혼이라도 주께 인도하기 위해 순모임을 갖던 순장들이다.
박성민 CCC 대표는 ‘부름의 상을 위하여 쫓아가라’는 설교에서 “2017년 우리는 숱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 불신과 불안감이 가중되고 높은 청년실업률과 가계부채 등으로 불황을 체감하는 3불(不) 시대에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시대 우리는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자(chosen people)이자 부르심을 받은 자(called people)인데, 하나님께서 변화시키기 위해서(to be changed) 우리를 불러주셨다”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심을 믿고 2018년 민족과 사회를 변혁시키는 ‘3C’의 크리스천으로 살자”고 강조했다.
교육 의료 법조 문화예술 등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나사렛들’은 1박2일 간 삼삼오오 모여 나라를 위한 기도제목을 나누고 100개의 개인 기도제목을 꼼꼼히 읽어가며 기도했다. 간증시간엔 물질의 풍요, 바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 속에서 힘겹게 신앙을 지키는 회원들의 고뇌도 나왔다.
나사렛형제들 전국회장 최영택 장로(정신과 전문의)는 “기독교가 점점 세속화되어가고 힘을 잃어가고 있는데, 하나님은 에스겔 골짜기의 환상을 위해 사명자를 부르고 계신다”면서 “이렇게 어려운 때 금식을 선포하고 기도하는 것만큼 엄중하고 거룩한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새해 민족과 사회변혁 앞장 ‘3C의 크리스천’ 다짐
입력 2018-01-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