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벌써 추경설… 기재부 직원들 긴 한숨

입력 2018-01-02 05:05

기획재정부 예산실 직원들이 때 이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설’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428조원에 달하는 올해 ‘슈퍼 예산’을 간신히 통과시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추경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달갑지 않은 눈치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1일 “연말 내내 국회 근처에 상주하면서 예산안 전쟁을 치르고 왔는데, 그렇게 공들인 올해 예산이 집행되기도 전에 추경 얘기가 나오니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기재부 안팎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추경 편성설’의 근원지는 지난해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수다.

월간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국세수입은 236조9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1조2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이 돈을 놓고 나라 살림살이가 나아진 만큼 추경 여력이 확보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마침 정부는 당분간 나랏돈을 풀어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을 펼치며 경기를 부양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추경을 으레 하는 일과처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2000년 이후 추경이 없었던 해는 2007년과 2010∼2012년, 2014년 등 5번에 불과하다.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2016년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를 이유로 각각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었다. 지난해에도 문재인정부는 11조2000억원에 이르는 ‘일자리 추경’을 꾸려 집행했다.

다른 예산실 관계자는 “단순히 세금이 더 걷혔다는 이유만으로 추경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올해 예산이 경기회복에 미치는 효과를 봐 가면서 추경 필요성을 차근차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