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一社전속제 완화… 약될까 독될까
무분별한 발급 막기 위해
2003년 카드대란 후 도입
국회서 전속제 폐지 추진
복수의 카드 판매 가능케
贊 “시대에 안 맞는 규제
경쟁 촉진에 일자리 늘려”
反 “상품 아닌 수수료 싸움
불완전판매 번질 가능성”
카드업계의 해묵은 규제 가운데 하나인 신용카드 모집인 ‘일사전속주의’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 경쟁 촉진, 고용 확대 등 긍정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모집인의 일사전속주의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금융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회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에서 의결안 12건의 법률개정 필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미래일자리특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제안으로 만들어져 2016년 7월부터 1년간 운영됐다.
개정안은 신용카드 모집인이 자신이 속한 카드사가 아닌 다른 회사 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사전속주의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이 규제를 폐지하면 카드모집인은 고객에게 여러 카드사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30일 기준으로 카드 모집인은 전업모집인 1만7850명, 제휴모집인 5만6127명을 더해 7만3977명에 이른다. 전업모집인은 개인사업자로 카드사와 전속계약을 통해 카드 모집을 하고 있다.
이미 보험업계에선 독립보험대리점(GA) 제도를 통해 보험설계사가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에선 모집인 등록 없이 별도로 모집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종카(종합카드)’가 있지만 이는 불법이다. 대표 발의한 서형수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금융소비자가 여러 회사의 카드 상품을 비교해주는 사이트 등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현실에 맞게 법을 바꾸자는 취지”라며 “고용촉진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찬성 측에선 규제를 도입하던 때와 달리 현재는 카드사별로 무분별한 카드 발행을 막는 안전장치가 충분해 규제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건전한 경쟁이 금융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핀테크 업체들이 카드모집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하지만 우려감도 크다. 반대 측에선 무분별한 카드 발급,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고 모집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쟁이 상품의 질이 아닌 수수료 조정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고용 효과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모집인들이 여러 카드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면 영업을 잘하는 소수는 유리하지만 다른 모집인은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다른 규제는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일사전속주의만 완화한다고 고용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삼성카드 모집인은 삼성카드만 팔라’ 이 규정 바꾼다는데…
입력 2018-01-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