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800~3100 찍는다”… 원화 강세는 계속될 듯

입력 2018-01-01 05:00
■"코스피 2800~3100 찍는다"… 2018 증시 전망

2018년에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릴까.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산 축소, 반도체 업종의 성장세 둔화 등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증시 상승세가 전년에 이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투자사들은 새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2800∼3100선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이 연중 최고점을 2800선으로 예상하며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반면 삼성·대신·KB증권은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을 것으로 봤다.

코스피지수 상승세의 가장 큰 동력원으론 기업 실적이 꼽혔다. 올해 글로벌 경기가 지난해의 회복세를 이어가 국내 기업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1일 "220개 국내 기업의 2018년 순이익 증가율은 11.4%로 지난해(56.1%)보다는 낮아지지만 순이익은 161조9000억원을 달성하며 실적 레벨 자체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낮은 배당수익률 등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를 방해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된다는 점도 코스피지수 상승 요인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해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일환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배당우호정책이 추진되면 국내 주식시장 전체 가치가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릴 위험요소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미국이 3∼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인데, 금리가 오른 만큼 시중에 풀린 자산이 줄어들면서 증시 주변 수급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경우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가 줄면서 투자금이 빠지기 더 쉽다. 예·적금 금리 상승에 따라 증시 내 돈이 예금 상품으로 대거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또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국내 IT산업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는 업종별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의 주도력은 유지되는 가운데 유통, 화학 등 중국 소비주나 정부정책 수혜주로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 수혜주로는 바이오 업종, 신재생에너지 등이 꼽혔다. 정부가 이달 발표할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도 코스닥 종목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원화 강세' 쭈욱 이어질 듯… 2018 환율 전망

2018년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원화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협박으로 인해 우리 외환 당국의 손발이 묶인 점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북핵 같은 돌발 사태가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1차 심리선인 1050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업체엔 일부 부담이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3회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상반기부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등장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속 내려간다면 환차익을 노리는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세를 확대시키므로 한은으로서는 한숨을 돌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8일 1070.50원으로 마감하며 2014년 10월 10일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1월과 12월 월평균 환율이 각각 26.66원과 16.87원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는데, 2017년 마지막 장에서도 가파른 하락세를 재확인했다. 2016년 종가 1207.70원과 견주면 1년 만에 원화 가치가 12.8% 올라갔다.

이는 10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횟수가 줄어든 데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아 달러 약세가 나타난 데서 기인한다. 국내 요인으로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성장률 개선 효과에 더해 한은이 11월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원화 강세를 불러온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원화 강세 기조 자체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에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3%로 놓고 봤을 때 적정 환율을 1017원으로 보는데, 현재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5.5%에 이르는 수준"이라며 "북핵이 안정되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다면 105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장기화가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기준금리와 별도로 시장금리는 미 연준에 매파(긴축 선호) 진입 가능성과 미 국채 발행 물량 증가 등으로 연초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